언론 - 하이에나식 취재 행태 못고치나?

피해자 인권보호 뒷전, 확인 안된 사실도 기사화

김영훈 | 기사입력 2012/08/07 [15:08]

언론 - 하이에나식 취재 행태 못고치나?

피해자 인권보호 뒷전, 확인 안된 사실도 기사화

김영훈 | 입력 : 2012/08/07 [15:08]
10살 초등학생 소녀를 살해안 '김점덕 사건'에 이은 '같은 마을 주민에 의한 장애인가족 상습 성폭력사건'은 가히 통영시민들에겐 충격이었고,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그러나 과연 언론에겐 이 사건이 어땠을까?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인권보호는 어느 정도나 인식하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장애인가족 상습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8월7일 기자회견문에서 언론의 취재 행태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했다. "언론의 하이에나식 취재로 또 다시 피해자들의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어처구니 없는 작태"라고 분명하게 적시했던 것이다.
 
통영에서 기자로 산다는 것이 또 다시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국민의 알권리와 피해자의 인권보호, 과연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할까?
문제는 가해자의 인권보호가 아니라 피해자의 인권보호라는 점에 주목해야 된다.
 
가끔 '피해자 잘못'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실상 이말은 성립될 수 없다. 성립될려면 피해자라는 용어를 써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는 말 그대로 피해자 일 뿐이다. 어느 누가 피해를 당하고 싶겠는가?

단지 사람을 믿어서, 또는 피해를 입을 줄 생각 못해서, 무지해서, 지적 장애인이어서... 등등의 이런 이유들은 피해자의 인권보호에 하등의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단순하게,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인류 정의에 맞다. 상식이다.
 
그런데도 '하이에나 언론'들은 피해자의 인권보호에는 전혀 무관심하다. 선정적인 보도태도를 견지한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기사를 더 많이 클릭하게 만들 것이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그렇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증을 유발하고, 관심을 더 많이 받게 할려는 이런 보도태도는 마땅히 언론인으로서 지양해야 할 자세다.
 
피해자의 마을을 찾아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밀착 취재해서 무엇을 남기겠다는 것인지 정말 모를 일이다.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고 드러나지 않게 도와주어야 그게 진정한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조용한 마을에 주민들 보다 더 많은 전국 각지의 매체 기자들이 상주하다시피 진을 치면서 취재를 하는 것도 실례다. 민폐다.
 
마치 피해자가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것처럼 보도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익명의 소식통의 입을 빌어 유언비어를 확대 재생산하기까지 한다. 더 많은 관심을 받도록 하고 더 많이 궁금하도록 만들고, 더 많은 가십성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현재의 언론 풍토라는 것이다.   
 
'김점덕 사건'에서 보듯 10살 소녀는 그저 '정'에 굶주렸고, 이웃 아저씨를 순진하게 믿었다는 '죄' 아닌 '죄' 밖에 없다. 그런데도 피해자인 아이의 일기장을 들추어 내고, 피해자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폭로하는 행태는 해도 너무 한 행태다. 창피주기와 비난하기의 사회적 왕따(이지매)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장애인가족 상습 성폭력사건의 경우도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는 또 다른 언론의 폭력에 다름 아니다. 과열된 취재행태도 그렇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명예도 심각하게 손상시켰다. 그들은 이제 마을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끔찍한 일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왜 또 다른 사회적 폭력에 희생되어야 하는지 개인적으로도 도저히 모르겠다.

기자들의 의식수준이 부끄럽다는 것은 이전의 글에서도 적은 바 있다. 이번 사건도 또 다시 언론과 기자의 사명과 역할에 고심하게 만든다. 수많은 매체를 두고, 혼자서 정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현실이 특히 그렇다. 결국 독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취사선택을 제대로 하는 수 밖에 없다. 독자들의 현명한 혜안을 믿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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