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빛 바랜 '연하장' 카드에서 묻어나는 옛 향기

경상남도의회 운영위원장 천영기

편집부 | 기사입력 2018/01/08 [19:53]

[기고] 빛 바랜 '연하장' 카드에서 묻어나는 옛 향기

경상남도의회 운영위원장 천영기

편집부 | 입력 : 2018/01/08 [19:53]

▲ 천영기 의원     ©편집부
얼마 전 장롱 속 서랍장을 정리하다 빛바랜 ‘연하장 카드’ 하나를 발견했다. 30년도 더 지난 오래된 ‘연하장 카드’ 속에 옛 친구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친다.
 
해마다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을 누군가에게 보내기도 하고 또 받아 본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부모님께, 누군가는 선생님께, 또 누군가는 애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써 내려가는 카드에서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며 한해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해에 바라는 소망을 담아 전한 것이 바로 ‘연하장 보내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러한 역할을 하던 ‘연하장’이 어느 사이엔가 문명의 발달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휴대폰‘이라는 통신기기의 등장으로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친구들 사이에서 ‘연하장 보내기’는 1년을 마무리하는 연중행사였다. 누구에게 연하장을 보낼 것인지 목록을 만들고 어떤 글을 써서 보낼 것인지 밤새도록 고민하며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한 카드 색상을 고르는 재미로 12월 한 달을 그렇게 보낸 기억이 있다.
 
지금이야 휴대폰을 통해 하루에도 수십 통씩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는 ‘연하장’이나 ‘크리스마스 카드’가 두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으며,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친분관계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역할도 했었다.
 
당시에는 연하장을 몇 장이나 받았는지가 1년 동안 잘 살아왔는지 헛되게 살았는지 척도가 되던 시절이었다. 필자도 수십 통의 카드를 보내기도 했으며, 또 보내준 만큼이나 카드를 받기도 했었다.
 
정치인이 된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설 명절, 추석 명절은 물론이고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단오, 백중 등 세시풍속 날에도 연하장을 보내게 되는데, 글로 적어 보내는 연하장이나 카드가 아니라, 신세대 취향을 저격하는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보내게 된다.
 
참 편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지인들에게 일일이 글을 적어 보낸다고 생각하면 고생 꽤나 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돈도 제법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정성이 부족해 보인다.
받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보다 그냥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흔하디흔한 말로 모든 인사를 대변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 연말인사를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는 소중한 사람에게 직접 만든 카드를 한 장이라도 보내야겠다는 조그마한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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