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래 잔잔히 일렁이는 쪽빛 바다, 해 질 녘 석양의 붉은빛, 밤하늘 총총히 빛나는 별빛을 가만히 지켜보면 아름답다는 감탄이 저절로 툭 터져 나온다. 집 앞 예배당 종소리나 가을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우리는 같은 소리와 풍경을 놓고서도 사람이나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표현한다. 도대체 아름다움이란게 뭘까? 우리는 왜, 무엇에, 어떻게 그 감정을 느끼는 걸까?
우리 통영은 박경리·윤이상·유치환 등 걸출한 예술인들이 많다. 그들이 모여 예향이라는 도시를 만든다. 거리 곳곳에 조각품과 예술작품들도 많다. 다만 우리는 평소 바삐 걷느라, 친구와 주고받는 대화로 거리의 작품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공공예술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보니 주목받지 못한다. 이를테면 중앙동 우체국 입구 유치환 선생 조각상, 항남동 버스정류장 김춘수 조각상 등 많은 것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작품들과 대화해 본 적이 있는가?
시민들이 문화예술작품에 별 관심 없이 지나치거나 관심도 적다. 혹 관광객이나 작품 관계자 또는 일부 학생들의 모습들을 간혹 목격한다. 거리 예술품의 매력은 재미와 감동이다. 우리가 그런 예술을 통해 무엇을 얻을 건가? 물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예술작품에는 자신들의 감정을 가장 진실하게 표출한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다양한 만큼, 그것을 다스리는 방법 역시 무척 다양할 거다. 때로는 시간이 된다면 작품세계를 보고, 감상하는 여유로운 삶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런 기분이 들 땐 저런 작품을 보라는 식의 섣부른 권유를 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관심을 갖고 보는 순간 그 작품들과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준다. 이때 그 조각물이 설치된 배경이 뭔지, 작가는 누군지 등 거리의 공공 조형물과 건축물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들여다보면 예술품에 대한 지식과 안목이 넓어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작은 관심과 변화가 정서적 안정과 여유로움을 자아내고, 나아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시간을 내서 미술관도 가고, 걸어 다니면서 거리에서 만나는 조각과 건축물은 사람들을 예술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갈 수 있는 매력을 품고 있다.
너무 무겁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묻은 감정을 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많은 방법의 하나로 생각하며 공공예술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평범한 일상에서 예술의 향기를 자신의 마음속으로 불어넣을 수 있다. 거리의 작품들은 시공간적 제약 없이 언제나 편안하게 산책하듯 만날 수 있다. 바쁜 일상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가끔 아주 잠시라도 멈춰 주변을 둘러보면 공공 예술작품들이 수줍은 듯다가올 거다.
예술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우리가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교훈 역시 다양하다. 철학가 프리드리히 니체는 “예술을 삶의 감각을 깨워주는 위대한 자극제”라했다. 공공공간이나 건축물에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한 것도 사람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거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소재는 우리 주변에 있다. 이제 공공예술품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의 감성과 정서적 풍요로움을 살찌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거리 공공예술품을 통해 각자 마음의 살을 찌워보면 어떨까? <저작권자 ⓒ tynp.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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